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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모내기의 진화(進化)
정종학 (전 진천군 초평면장)
[2019-06-19 오후 3:03:00]
 
 
 

도심에서 한 동안 머물다 귀향하니 아카시아 꽃향이 물씬 풍겨온다. 앞산과 길가에 팝콘 같은 꽃들이 소복하니 피었다. 어릴 적 꽃잎을 따먹으며 느끼던 그 향기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아카시아 향은 십리를 간다고 했던가. 청보리가 누렇게 익을 무렵 달콤한 꽃잎을 따서 입안에 가득 털어넣다 보면 금세 허기를 면했다. 지금은 꽃과 벌이 상생하며 아동의 간식 보다 더 소중한 보약을 만들어내고 있다.

들녘은 어느새 모내기가 거의 마무리 되고 있다. 그 곁에는 하얀 쌀처럼 보이는 이팝나무 꽃이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자기향상이란 꽃말을 지닌 이팝나무 꽃이 잘 피면 그 해 풍년든다는 구전이 새삼 떠오른다.

수십 년 전만해도 이맘때 손모내기에 젊은 일꾼들이 들녘을 꽉 채웠다. 마을 공동으로 두례나 품앗이로 모내기를 하며 고달 푼 몸과 마음을 농악을 통해 달래곤 했었다. 추수감사에 올린 시루떡도 이웃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며 위로하였다.

나의 부모님도 농부요, 나도 농사를 도우며 고등교육을 이수하였다. 직장 또한 영농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수행하였다.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불철주야 사회경제발전과 농가소득 증대의 기여에 자부하고 있다.

직장 입사 첫 과제로 쌀 다수확 심사를 하였다. 영농교육부터 추곡수매까지 일련의 행정지도를 감당한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그때는 다수확품종 장려와 천수답 양수작업, 소주밀식과 모 십일 앞당겨 심기, 병충해방제, 퇴비생산과 가을논갈이 등에 주력하였다.

사회지도 계층도 연례행사처럼 영농현장을 수시로 방문했다. 그분들의 따뜻한 사랑과 격려로 힘겨운 여건에서 분투하는 농민을 이만큼 키워온 듯하다. 이런 열정으로 보리 고개란 절대빈곤의 시대를 벗어나 쌀만큼은 자급자족하고도 남아돌고 있다.

그런데 힘든 손 모내기가 이앙기로 대체되면서 지도층의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 영농실태도 소득이 좀 더 높은 시설원예작물 등에 치중하고 있다. 언뜻 보면 비닐하우스가 들판의 절반을 차지하고 주로 외국인들이 힘든 작업을 대신하고 있다.

지금 벼농사의 경제가치는 떨어지지만 우리의 생명을 살찌우는 에너지원이다. 쌀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해 농민들이 백 방울의 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 사회경제 발전으로 농경지가 줄어들고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

쌀은 우리의 주식이기 때문에 벼농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과 아프리카 지역에선 굶주림에 허덕이는 기아들이 허다하다. 지금 분수를 모르고 자만에 빠져 있지만 세계인구의 꾸준한 증가로 또 다시 식량위기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현재 농촌지역 주민의 노령화로 벼농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청장년층이 살만한 농촌정주여건의 마중물이 절실하다. 영농환경의 변화에 대응 할 수 있는 묘안을 서둘러 짜내야 농촌이 더 번영할 것 같다.

지금 본격적인 영농철에 긴 가뭄을 인내하며 역경을 극복하고 있다. 옛말에 가뭄 드는 해치고 흉년은 별로 없다고 하였다. 또한 풍년을 예측하는 이팝나무 꽃도 잘 피워냈다. 자연의 섭리와 영농기술과 열정, 이런 삼위일체의 기운으로 풍성한 기쁨을 기원한다.

 

진천신문(jincheo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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