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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1-09-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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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안시조] 원앙새는 짝을 지어 창포 속에 잠들었네(香閨怨①): 가주 이상질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기사입력 2021-06-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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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강산과 같은 규방에 찾아올 사람을 단 한 사람뿐이다. 사랑하는 낭군이다. 그런데 조선의 여심은 수많은 밤을 혼자 지키기 일쑤였다. 전쟁터에 끌려갔거나 멀리 곳으로 벼슬살이를 갔기 때문이다. 천해고도로 귀양살이를 갔다면 더했을 것이다. 여인들은 그랬다.이런 여심을 알고 여인의 입장에 돌아가 쓴 시가 많다. 흩어진 검은 머릿결에 오랫동안 탄식했더니, 흘러내리는 붉은 눈물에 옥 같은 피부가 이리도 많이 상했구나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香閨怨(향규원)① / 가주 이상질

흐트러진 검은 머리 오랫동안 탄식하니
흘러내린 붉은 눈물에 피부가 상했었네
봄 새벽 적막한 창가 원앙새는 잠이 드네.
雲鬟不整便長吁 紅淚千行減玉膚

운환불정편장우 홍루천행감옥부
春曉蘭窓花寂寞 鴛鴦相伴睡菖蒲
춘효란창화적막 원앙상반수창포

원앙새는 짝을 지어 창포 속에 잠들었네(香閨怨1)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가주(家州) 이상질(李尙質:1597∼1635)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흩어진 검은 머릿결에 오랫동안 탄식했더니 / 흘러내리는 붉은 눈물에 옥 같은 피부 많이 상했구나.
봄 새벽 난초 우거진 창가에 꽃은 적막하기만 한데 / 원앙새 짝지어 창포 속에서 잠들었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규방의 원망 노래1]로 번역된다. 조선 여심은 한을 담고 살았다. 만나고 싶은 임일 만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방의 한탄을 노래하는 시가 많았고 만났어도 금방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첩의 제도 때문에, 벼슬아치의 여성들은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시인은 이런 점에 착안하여 만나고 싶은 임을 만나지 못한 심정을 흩어진 검은 머릿결에 오랫동안 탄식했더니, 흘러내리는 붉은 눈물에 옥 같은 피부가 많이 상했구나 라고 했다.
화자는 자기의 처지를 다른 시적 상관물에 비유하는 시를 음영했다. 봄 새벽 난초 우거진 창가에 꽃은 적막하기만 한데, 원앙새 짝지어 창포 속에서 잠들었네 라고 했으니 그 애틋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시인은 이어지는 다음 전구에서는 주렴에 내리는 낮기운이지만 깊숙한 동방에서, 따스한 날, 앵무새 소리가 그늘에 막혀오네 라고 했다. 후구의 후정에서도 쓸쓸한 젊은 얼굴엔 게을러서 수를 놓는데, 몇 줄기 흘러내리는 눈물이 그 마음을 알겠다 라는 심회를 쏟아냈다. 절절한 시상의 얼게이자 자기 노래였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머릿결 탄식했더니 붉은 눈물 피부 상했네. 우거진 창가 적막한데 원앙새가 잠들었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가주(家州) 이상질(李尙質:1597∼1635)로 조선 후기의 학자이다. 고조는 이수강, 증조는 이인, 조는 이몽우인데 모두 왕손으로서 대마다 군에 봉하여졌다. 아버지는 이조판서에 증직된 이진이며, 어머니는 함안 이씨로 생원 이성의 딸이자 권벽의 외손녀이다. 권필의 문인이다.

[한자] 雲鬟: 구름 같은 머릿결. 不整: 가지런하지 못하다. 便長吁: 문득 길게 탄식하다. 紅淚: 붉은 눈물. 千行: 많이 흘러내리다. 減玉膚: 옥 같은 피부가 상하다. // 春曉: 봄 새벽. 蘭窓花: 난초 우거진 창가. 寂寞: 고요하고 적적하다. 鴛鴦: 원앙새. 相伴: 서로 짝하다. 睡: 잠들다. 菖蒲: 창포.

진천신문 (jincheo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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