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진천을 떠나 청주로 이사 온 지도 30여년이 넘어, 내 나이 어언 80을 넘었다.
내가 살던 고향은 진천(백곡) 저수지(貯水池)밑 행정리(杏井里) 살구(杏), 우물(井)로 양성(陽城) 이(李)가와 문화 유(柳)씨 집성촌이다.
내가 어렸을 때 가까운 저수지(貯水池)를 찾아 많이 생활하였으며, 그 저수지(貯水池)에는 식파정(息波亭)이라는 허름한 정자(亭子)가 하나 있다.
이 정자(亭子)는 우리 양성(陽城)인 16세 득곤(得坤) 氏가 대추나무 기둥으로 정자(亭子)를 지어 “마음의 물결을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식파정(息波亭)이라 이름 짓고, 벼슬을 마다하고 학자들과 유유자적(悠悠自適)하던 정자(亭子)이다.
이 정자(亭子)에는 최명길, 이시발, 채지홍, 송시열 등의 시를 새긴 현판이 22점이나 걸려 있었다 한다.
식파정(息波亭)은 진천(백곡) 저수지(貯水池)의 서북쪽에 있는데 증호조참의(贈戶曹參議) 득곤(得坤) 氏는 조정의 부름에도 나가지 않고, 정자 이름에 새겼듯이 마음의 욕랑을 잠재우고, 청빈낙도(淸貧樂道)하며, 유유자적(悠悠自適) 하였던 곳이다.
정자(亭子) 세운 곳에 백곡 저수지(貯水池)가 생겨 정자 앞에는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니, 그 물결을 잠재우는 식파정(息波亭)은 글자 그대로 사람의 욕심을 잠재우는 청빈낙도(淸貧樂道) 그대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천(백곡) 저수지에는 백원정이라는 또 하나의 정자가 있다.
이 정자는 추운 겨울에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아, 부모께 봉양한 강릉 김(金)씨 김덕숭 효자의 정자이다.
정자 이름도 효백행지원(孝百行之原)의 뜻을 따서 백원정(百原亭)이라 하였다 한다.
그 집안은 제(祭)가 끝난 후 잉어를 한 점씩 먹으며, 후손들이 선조의 효 정신을 본 받았다고 한다.
백곡저수지(貯水池)물은 진천뜰을 지나 이월, 덕산 등 생거진천(生居鎭川)의 곡식을 키우는 젖줄이 되고 있으니, 그 곡식을 먹고 사는 진천(鎭川)인들은 욕심 없이 남의 것을 탐 내지 않고, 욕랑을 잠재우며 사는 양인(良人)들일 것임에 틀림없다. 내가 어렸을 때 그 정자(亭子)의 유래와 내용을 알리 없었으며, 나이가 들어 그 뜻을 알게 되니 우리 고장에 대한 애착이 더해진다.
알고 보면, 식파(息波)라는 말 자체에 담긴 뜻도 또한 심오(深奧)한 것이며, 진천의 젖줄인 백곡저수지에 이런 정자(亭子)가 유래(由來)되어 내려온다는 자체가 생거진천(生居鎭川)의 본보기가 아닌가? 하여 더욱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세월은 지나갔지만 진천(鎭川)을 지키며 유유히 흐르는 진천(백곡) 저수지(貯水池)의 물과 식파정(息波亭)이나 백원정(百原亭)은 진천의 역사와 유래(由來)를 간직하면서, 사람은 나이를 먹고, 세월은 유유히 물과 함께 밤낮으로 소리 없이 흐르고만 있으며, 세월은 유래를 낳고 우리는 그 유래 속에서 흔적과 함께 우리의 역사를 반추해 보게 되는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진천(백곡) 저수지 1차 둑막기 사업이 이루어지기 전 동양에서 유일한 사이폰식 저수지일 때, 여름 한 철 장마에 만수(滿水)가 되어 담수된 물을 사이폰식으로 물을 뿜어 올리는 진천(백곡)저수지의 멋진 장관은 전국에서도 유명하기도 했었다.
이제 진천(백곡)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이루어지고 둘레길이 만들어지고, 어린이들 휴식처가 만들어지면서 저수지의 경관은 또 나름대로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좀 더 활기차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名所)로 탈바꿈 한다면 우리 진천(鎭川)인들로서는 더 더욱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를 생각해 보게 한다.
괴산 칠성댐 주변의 ‘산막이 옛길’이 전국에서도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하는 현실을 볼 때, 진천(백곡)저수지의 관광명소로의 탈바꿈을 큰 꿈으로 나는 기대 해 본다.
다행히 요즈음 초평호의 주변에 수변(水邊) 탐방로가 새로 조성되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많이 끌고 있다.
진천(백곡) 저수지(貯水池) 인근에도 전국 최초의 종박물관, 군립 판화미술관과 함께 수려한 자연 경관을 활용한 특색 있는 관광인프라 구축이 실현 되어, 말 그대로 생거진천(生居鎭川)의 표본이 될 명실상부한 진천호(鎭川湖)가 태어나, 전국에 부각될 관광 명소가 되기를 한껏 기대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세월은 유래(由來)를 낳고, 옛날 흔적을 더듬어 보며, 나이가 먹어 가며, 옛날의 그리움을 회상해 보면서 더욱 아름다운 앞날이 펼쳐지기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진천(백곡)저수지를 기대해 본다.
진천(백곡) 저수지에 얽힌 옛 이야기 유래(由來)를 생각해보며, 청빈낙도(淸貧樂道), 유유자적(悠悠自適) 그 옛날 선비들을 나는 생각해 본다.
- 시인, 수필가, 진천문학회 고문
- 2006년 청주시 동주초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 2004년 교단수기공모입상(교육부장관상)
- 2005년 국가사회발전유공교원대통령 표창
- 2005년 ‘문학예술’수필신인상수상으로 등단
- 2006년 『조그만 뜨락에도 햇살 하나 가득』 수상집 발간
- 2011년 뜨락 정(亭) 시집 발간
- 2021년 문학예술 시(詩)부문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