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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3-09-2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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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안시조] 행여나 진흙 속에도 그 향기가 모두 배였을까(小池荷香) : 송곡 이서우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기사입력 2023-01-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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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진흙 속에도 그 향기가 모두 배였을까(小池荷香) : 송곡 이서우

저녁 식사를 마친 마을 사람들은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연못을 찾는다. 봄에 발아한 연잎이 제법 새잎을 깃을 세우더니만, 7~8월이 되면서 꽃대를 세우면서 꽃이 피기 시작한다. 연화 향이 어찌나 코를 찌르는지 온통 연못 둘레를 가득차면서 동네 어귀까지 맴돌게 된다. 바람을 쐬는 시객은 차마 발길을 옮기지 못한다.
시인은 깊은 연못 속 밑바닥은 어떨지 모르겠거늘, 행여나 진흙 속에도 그 향기가 모두 배였을까?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보았다.

小池荷香(소지하향) / 송곡 이서우

연꽃에 연잎이 연달아 겹치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히 찼는데
연못의 진흙 속에도 향기들이 배었을까.

荷花復荷葉 香氣滿池塘
하화부하엽 향기만지당
却恐池塘底 淤泥亦有香
각공지당저 어니역유향

“행여나 진흙 속에도 그 향기가 모두 배였을까(小池荷香)”로 번역된 오언절구다.
작가는 송곡(松谷) 이서우(李瑞雨 : 1633~1709)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연꽃이 연잎과 서로 겹치어 많이 달려 있지만 / 그 향기가 온 연못에 가득하게도 퍼져있구나 // 깊은 연못 속 밑바닥은 어떨지 잘 모르겠네 / 행여나 진흙 속에도 그 향기가 모두 배였을까?]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작은 연못 속의 연꽃 향]으로 번역된다.
대체적으로 크고 작은 연못에는 연잎이 소담스럽게 자라면서 연꽃을 피운다. 연화 향은 연못을 배회하다가 연못의 흥취에 젖어있는 나들이객의 마음을 한껏 사로잡기에 적합했으리라. 연뿌리의 고소함은 식탁을 즐겁게 하고, 10월경에 익기 시작한 연씨는 수명이 3,000년이 지나도 발아할 수 있다고 한다.
시인은 연꽃이 연잎에 겹치어 달려있어 연향이 온 연못에 가득 채우고 있는 시향을 맡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선경의 시상은 연꽃이 연잎에 겹치어 달렸지만, 그 향기는 온 연못에 가득히도 퍼졌다고 했다. 연잎에 겹쳐 있음은 연꽃이 봄내음을 맡아 무성하게 자랐을 것이고 잘 자란만큼 연화 향은 연꽃 주위를 수놓았다는 시심을 일으켰다.
화자는 이 연꽃 향이 아마도 진흙 속까지 스며들어 그 향기가 모두 배어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냈다. 후정의 시상은 이어서 깊은 연못 속 밑바닥의 정황은 어떠할지 모르겠지만, 행여나 진흙 속 뿌리까지도 그 향기가 모두 배였을까 라고 했다. 향기가 뿌리까지 배어있기에 연뿌리의 고소한 맛이 일미였을 것이라고 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연꽃이 연잎과 겹쳐 향기 온통 퍼졌구나, 연못 속 바닥 진흙 속도 그 향기 배었을까?’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
송곡(松谷) 이서우(李瑞雨:1633~1709)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허목의 추천으로 정언이 되어 인조반정 이후 대북가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청직에 올랐다. 1680년 경신환국 때 서인의 공격을 받아 유배당했다가 1689년 기사환국으로 남인이 정권을 잡자 병조참의로 등용되었다.

【한자와 어구】
荷花: 연꽃. 復: 다시. 겹치어 있다. 荷葉: 연잎. 香氣: 향기. 滿: 가득하다. 가득 차 있다. 池塘: 연못(池:연못 지. 塘:못 당) // 却恐: 문득 ~이라고 생각하다. 행여나(결구의 끝까지 걸리는 해석해야 하는 ‘어구’임). 池塘底: 연못 속의 밑바닥. 淤泥: 진흙 속. 亦: 또한. 有香: 향기가 있다.

진천신문 (jincheo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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