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한 구석에 커다란 돌덩이 한 개가 있었다. 키는 한자쯤 되는 돌이 우뚝하게 솟아 깡마른 모습을 했다. 시인은 늘 가까운 친구처럼 지냈다. 돌덩이가 두 주먹 불끈 쥐는 모습도 연상했고, 고약하게 인상을 쓰는 모습도 연상했을 지도 모른다. 짙은 안개가 집 안팎에 낄 양이면 돌덩이 뒤로 살며시 숨어드는 모습도 보았을 것이다. 그윽한 곳에 숨겨져 안개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속세의 힘 있는 사람도 가히 두렵지 않다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보았다.
怪石(괴석) / 최송설당
마당 구석 돌덩이 삐죽한 모습인데
그윽한 곳 숨어서 안개 보호 받지만은
힘 있는 속세 사람도 두렵지가 않다네.
屹立庭除尺許身 層峻庾骨近天眞
흘립정제척허신 층준유골근천진
幽藏每被煙霞護 不畏塵間有力人
유장매피연하호 불외진간유력인.
속세의 힘 있는 사람도 가히 두렵지 않다네(妙高臺上作)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최송설당(崔松雪堂: 1855~1939)으로 본명은 미상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마당 구석 한 자쯤 되는 우뚝 남짓한 돌 / 삐죽이 바짝 마른 것이 타고난 모습 그대로네 // 그윽한 곳에 숨겨져 안개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 속세의 힘 있는 사람도 가히 두렵지 않다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괴이하게 생긴 돌]로 번역된다. 마당 한 구석에 커다란 돌덩이 한 개가 있었던 모양이다. 늘 보아도 괴이하게 생겨 쳐다보고 만져보고 가까운 친구처럼 지냈던 모양이다. 돌덩이 뒤에 숨어서 숨바꼭질도 했을 것이고, 짙은 안개가 집 안팎에 끼고 나면 살며시 숨어드는 그런 모습도 보았을 지도 모른다. 시인의 눈에는 돌덩이가 곱고 착하게만 보였을 것이다.
시인은 늘 친구처럼 다정하게만 보였던 돌덩이에 애정을 갖고 쓸어안고 친구처럼 지내면서 사랑에 젖었겠다.
선경의 시상은 마당 구석 한 자쯤이나 되는 우뚝 남짓한 돌이 있었는데, 삐죽하게 바짝 마른 것이 타고난 모습 그대로네 라고 했다. 돌덩이는 깡마른 모습이었지만 그 모습이 늘 위엄을 노출하는 모습이었음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화자의 후정은 당당한 그 모습의 시상 속에 연상시키고 있다. 후정의 시상은 그윽한 곳에 꼭꼭 숨겨져 안개가 끼는 날이면 외부인의 보호를 잘 받고 있지만, 속세의 힘 있는 어떤 사람도 가히 두렵지 않다고 했다. 안개 속에 살며시 숨는 순결한 모습과 위용이 당당한 모습을 대비하는 멋진 시상을 만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마당 구석 우뚝한 돌 바짝 마른 모습인데, 안개 보호 받지만은 사람도 두렵지 않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
최송설당(崔松雪堂: 1855~1939)으로 여류시인이다. 여류문인이자 육영사업가이다. 1886년(고종 23) 아버지가 죽고 이어 남편과도 사별하자, 39세 때 불교에 귀의하여 정진하였다. 시문에 능하여 200여수의 한시와 60여수의 국문시가를 남기고 있다. 저서로는 <송설당집>이 전한다.
[한자와 어구]
屹立: 우뚝 솟다. 庭除: 마당 한 구석. 尺許身: 한 자쯤 되는 돌의 몸통. 層峻: 층층이 근엄하다. 庾骨: 마른 모습. 近天眞: 천진스런 모습이다(가깝다). // 幽藏: 그윽한 곳에 숨다. 每被: 매번 (보호를) 받다(입는다). 煙霞護: 연기와 놀의 보호. 不畏: 두렵지 않다. 塵間: 속새의 틈바구니. 有力人: 힘이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