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 어느 구석을 다녀와서 친구에게 문안을 여쭙는 것을 일상화했던 모양이다. 낯선 곳이나 기암괴석이 있는 산행을 했다면 더욱 그러했으리니. 무슨 장관이 좋았다느니 무슨 경치에서 절경을 맛보았다느니 새로운 곳의 맛과 멋은 극에 달했을 것이다. 서슴없이 지내는 사이라면 이런 안부쯤은 능사였을 것이리라.
자네 홀로 금강산에 갔다 왔다고 했던가. 하늘에 뜬 저 달에게 내 묻고 있네. 자네가 어느 산에서 자고 갈까 하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贈友(증우) / 창계 임영
그대의 맑은 기운 눈썹 끝에 쌓였더니
자네 홀로 금강산에 부끄럽지 아니 한가
하늘의 달에게 묻소, 어느 산에 자고 갈까.
愧君淸氣集眉端 自道金剛已往還
괴군청기집미단 자도금강이왕환
爲問洞天明月色 浪仙今夜宿何山
위문동천명월색 랑선금야숙하산
오늘밤에도 방랑시인은 어느 산에서 자고 갈까(贈友)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창계(滄溪) 임영(林泳:1649~1696)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괴이하게도 그대의 맑은 기운 눈썹 끝에 쌓였더니만 / 자네 홀로 금강산에 갔다 왔다고 했던가 // (친구여!) 하늘에 뜬 저 달에게 내 묻고 있다네 / 오늘밤에도 방랑시인은 어느 산에서 자고 갈꺼나]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금강산에 다녀온 친우에게 주다]로 번역된다. 금강산을 몇 번을 말하거나 어떤 말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사시를 바꿔가며 이름이 다르며, 모양이 천태만상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금강산은 지리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의 하나로 여겨 왔으니 봉래산(蓬來山)이라 불렀다. 즉 해동에 삼신산이 있으니 첫째는 봉래가 금강산이요, 둘째는 방장(方丈)이 지리산이며, 세째는 영주(瀛洲)가 한라산이라 했다.
시인은 금강산을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친우에게 마음을 담아 글을 주었다. 선경의 시상은 그대의 맑은 기운이 눈썹 끝에 쌓였더니만, 자네 홀로 금강산에 갔다 왔다고 했던가 라고 하면서 잘 했다는 마음을 담았다. 봉래 제일의 금강산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화자는 봉래를 다녀온 친구에서 더 큰 날개를 달아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후정의 시상은 사랑하는 친구여! 나는 금강산을 다녀온 친우 자네를 위하여 하늘에 뜬 저 달에게 내 묻고 있다네. 오늘밤에도 방랑시인은 어느 산에서 자고 갈까 라고 하면서… 시객이 봉래를 다녀왔다면 시통을 가득채운 시주머니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으리.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그대기운 눈썹 끝에 금강산에 왔다 갔지 저 달이 내게 묻거든 방랑시인 어느 산에 잘까’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 창계(滄溪) 임영(林泳:1649~1696)으로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학자다. 1665년(현종 6) 사마시에 장원, 1671년 정시문과에 을과로 급제, 호당에 뽑혀 사가독서 했다. 이조정랑·검상·부제학·대사헌·전라도관찰사 등을 역임했다. 1694년(숙종 20) 대사간·개성부유수 등을 두루 역임했다.
[한자와 어구]愧: 부끄럽겠네. 君: 그대. 친구. 淸氣: 맑은 기운. 集眉端: 눈썹 끝에 쌓이다. 自道: 스스로 말하다. 金剛: 금강산. 已往還: 이미 갔다 오다. // 爲問: 묻는다네. 洞天: 하늘. 明月色: 밝은 달빛. 浪仙: 여기에선 ‘풍류시인’을 말하고 있다. 今夜: 오늘 밤. 宿何山: 어느 산에서 자고 있을까. 의문형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