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일 진천 화랑관에서는 김영환 충북 도지사의 ‘도민과의 대화’가 있었다.
연초 시작된 각 시·군 일정은 김 지사의 친일논란, 산불 술자리 논란 등 갖은 우여 곡절을 겪으며 순연에 순연을 거듭하다 진천군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되었다.
일부 시·군에서는 지사의 방문을 저지하고, 시위를 하며 격렬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우리 진천군에서도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김 지사의 방문 저지를 예고하고 시위 준비를 하기도 했으나, 심사숙고 끝에 시·군 순방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 김 지사가 우리 주민에게 한 약속이 있었기에 믿고 기다리며 정중한 예를 갖춰 그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날 주민과의 대화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민은 안중에도 없었고, 실망만 남겨준 주민과의 대화였다.
김 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정된 시간의 거의 전부를 혼자 소진하며 자화자찬 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주민들은 그 많은 시간을 혼자 소화해 내는 그의 달변에 감동을 받거나 그의 정책에 박수를 보내기 보다는 짜증스런 반응을 보였다.
더욱이 진천 방문이 있기 사나흘 전인가 김 지사는 언론보도를 통해 앞으로는 자화자찬 하는 본인의 말을 줄이고 도민들의 말을 경청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였다.
우리 군민들이 김 지사의 진천 순방에 실망한 이유는 이렇다.
지난 3월 24일 충북도는 AI바이오 영재고를 오송에 건립한다고 발표 했다.
AI바이오 영재고의 진천 혁신도시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진천군과 중부4군 군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이오 영재고의 진천 건립은 김영환 지사의 선거 공약이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지난해 4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혁신도시 두레봉 공원 유세에서 바이오영재고를 진천 혁신 도시에 유치하겠다고 말한 바 있었다.
진천군민의 이런 분노에도 불구하고 충북도는 묵묵부답이었고, 급기야 지난 4월 13일 진천군민 대표는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발표 한 후 도지사의 공개 사과를 포함한 5개항의 공개 질의서를 전달하고, 4월 17일까지 답변을 요구 하며 지사와의 면담을 요청 했다.
이후 4월 30일 진천·음성군수와 의장, 도의원 및 주민대표들이 참석한 면담에서 우리는 지사의 명쾌한 답변을 듣고자 했으나, 김 지사는 즉답을 피하고 5월 18일 진천 순방시 주민들 앞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약속 했다.
우리는 그런 그의 약속을 믿었고, 그의 진솔한 답변을 기다리며 정중히 맞이했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그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다만 “본인 스스로 진천의 교육장이 되어 진천을 충북 교육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말로 초점을 비켜 나갔다.
김 지사는 적어도 자신이 주민들에게 공언한 공약을 파기하고 주민들과의 약속을 어긴데 대해 사과부터 했어야 했고, 오송으로의 입지 결정에 대한 경위를 설명했어야 했다.
그것이 진천 군민에 대한 예의이고, 그것이 바이오 영재고 혁신도시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중부4군 군민에 대한 도리이며, 공약을 파기한 본인 스스로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민들의 기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화자찬 일색의 주민과의 대화를 지켜보며 우리는 정말 실망을 금할 수 없었으며, 그런 주민과의 대화에 처음부터 주민은 안중에도 없었던 실망과 씁쓸함 그리고 아쉬움이 교차하는 진천 순방이었다.
부디 김 지사는 본인의 공언처럼 앞으로는 정말로 본인의 말은 줄이고, 도민들의 말을 경청하며 도정을 이끌어 가는 존경받는 도백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